Stripe와 Visa가 이미 쓰고 있는데, 왜 아무도 모를까
EXECUTIVE SUMMARY
스테이블코인은 더 이상 암호화폐 마니아들의 실험이 아니다. Visa는 이미 연간 35억 달러 규모의 정산을 USDC로 처리하고 있고, Stripe는 11억 달러에 Bridge를 인수하며 101개국에 스테이블코인 금융 계좌를 출시했다. 2025년 상반기 온체인 거래량은 4조 달러를 돌파했고, 2024년 한 해 스테이블코인이 처리한 결제 총액은 Visa 네트워크와 맞먹는 15.6조 달러에 달한다. 미국 GENIUS Act, EU MiCA 등 주요국 규제 프레임워크도 차례로 정착되며 제도권 편입이 가속화되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이 체감하지 못하는 건, 이 변화가 소비자 UI가 아니라 백엔드 인프라에서 조용히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스테이블코인 얘기를 꺼내면 대부분의 반응은 두 가지 중 하나다.
"비트코인이랑 비슷한 거 아니야?" 아니면 "그거 루나 사태 때 다 망한 거 아니었어?"
둘 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런데 그 사이, 꽤 중요한 일이 일어났다. 우리가 평소 쓰는 Visa 카드로 결제한 돈이 이미 스테이블코인으로 정산되고 있고, 전 세계 개발자와 AI 스타트업들이 Stripe를 통해 스테이블코인으로 대금을 받고 있다. 뉴스 헤드라인은 없었다. 그냥 조용히, 그렇게 됐다.
어느새 Visa 카드 정산이 블록체인 위에서 일어나고 있다
2025년 12월 16일, Visa는 미국 내 은행들이 USDC(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로 정산할 수 있는 서비스를 공식 출시했다. Cross River Bank와 Lead Bank가 첫 번째 참여 기관이 됐고, Solana 블록체인 위에서 실제 정산이 이뤄지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 카드 긁는 방식도, 승인 나는 방식도 똑같다. 바뀐 건 그 뒤에서 일어나는 돈의 이동이다. 기존엔 은행들이 Visa와 현금으로 정산했다면, 이제는 스테이블코인으로 정산하는 옵션이 생긴 것이다.
Visa가 이걸 단순한 파일럿으로 시작한 게 아니라는 걸 보여주는 숫자가 있다. 2025년 11월 기준으로 Visa의 스테이블코인 정산 규모는 이미 연간 35억 달러 수준에 달했다. 그리고 Visa는 현재 40개국 이상에서 130개가 넘는 스테이블코인 연계 카드 발급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금융기관들은 기존 재무 운영에 자연스럽게 통합되는 더 빠르고 프로그래밍 가능한 정산 옵션을 원하고 있습니다." — Rubail Birwadker, Visa 글로벌 성장상품 총괄 (Visa 공식 발표, 2025.12)
Mastercard도 비슷한 행보다. 올해 Circle과 파트너십을 맺고 유럽, 중동, 아프리카 지역의 은행들을 대상으로 USDC/EURC 정산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Stripe는 한 걸음 더 나아갔다
Stripe의 움직임은 더 공격적이다. 2024년 10월, 미국 내 가맹점들에게 USDC 결제를 허용했는데, 첫 24시간 만에 70개국 이상에서 고객들이 스테이블코인으로 결제했다. 그리고 2025년 2월, 스테이블코인 인프라 기업 Bridge를 11억 달러에 인수하면서 이 방향에 완전히 베팅했다는 신호를 보냈다.
Stripe CEO Patrick Collison은 스테이블코인을 "금융 서비스의 상온 초전도체"에 비유했다. 저항 없이 돈이 흐른다는 의미다.
특히 흥미로운 데이터가 있다. Stripe에 입점한 상위 20개 AI 기업 중 19개는 미국 기반인데, 매출의 60%가 해외에서 들어온다. 국제 결제는 느리고 비싸고 실패율도 높다. 그 문제를 스테이블코인이 실질적으로 해결하고 있다. AI 기업 Shadeform의 경우, 결제 중 약 20%가 이미 스테이블코인으로 이뤄지고 있다.
2025년 5월에는 스테이블코인 금융 계좌 서비스를 101개국에 출시했다. 기업들이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을 은행 계좌처럼 쓸 수 있는 서비스다. ACH, SEPA 같은 기존 금융망으로 돈을 받아서 스테이블코인으로 저장하고, 필요할 때 전 세계로 보낼 수 있다. 아르헨티나, 터키처럼 자국 화폐가 불안정한 나라의 기업들에게는 특히 실용적인 도구다.
숫자가 말해주는 것
시장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감을 잡을 수 있는 데이터들을 보면 이야기가 더 선명해진다.
2025년 1~7월 사이 스테이블코인의 온체인 거래량은 4조 달러를 넘어섰다. 1년 전 같은 기간 대비 83% 증가한 수치다. 전체 스테이블코인 시가총액은 현재 3000억 달러를 상회한다.
2024년 한 해 동안 스테이블코인이 처리한 거래 가치는 약 15.6조 달러. 같은 해 Visa 네트워크 처리량과 비슷한 수준이다. 물론 여기엔 DeFi 내부 순환 물량도 포함되어 있어서 직접 비교는 조심해야 하지만, 규모 자체가 '실험적' 단계를 한참 벗어났다는 건 분명하다.
그런데 왜 이 얘기를 모를까
이 모든 일이 일어나는데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체감하지 못하는 이유가 있다.
첫째, 인프라 변화는 원래 눈에 안 보인다. 소비자는 Visa 카드를 여전히 같은 방식으로 쓴다. 백엔드가 블록체인으로 바뀌어도 UI는 그대로다. 인터넷이 전화선에서 광케이블로 바뀔 때 사용자가 몰랐던 것처럼.
둘째, 스테이블코인은 투기 자산이 아니다.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은 가격이 오르고 내리면서 뉴스가 된다. 스테이블코인은 1달러 = 1달러다. 드라마가 없으니 헤드라인이 없다.
셋째, B2B부터 시작했다. 소비자가 직접 느끼기 전에 기업 간 정산, 크로스보더 페이먼트, AI 기업 대금 수취 같은 B2B 영역에서 먼저 자리를 잡고 있다. 소비자가 체감하는 건 그 다음 단계다.
규제도 따라오고 있다
기술만 앞서가고 제도가 뒤처지면 지속 가능하지 않다. 그 부분도 변화가 생겼다.
미국에서는 2025년 GENIUS Act가 통과됐다. 스테이블코인 발행사가 지켜야 할 준비금 기준, 월별 공시 의무, 환급 정책을 법으로 명문화했다. EU에서는 MiCA 규제가 2024년 발효됐고,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에 라이선스 요건과 준비금 기준을 부과했다. 한국도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이 2024년 시행됐다.
완벽하진 않다. 국가마다 기준이 다르고, 아직 회색지대가 많다. 하지만 방향은 명확하다. 스테이블코인을 금융 시스템 밖으로 밀어내는 게 아니라, 규칙을 만들어 안으로 들여오는 방향이다.
그래서 뭐가 달라질까
Bessemer Venture Partners의 분석에 따르면, 2026년 현재 Visa, Mastercard, Stripe, PayPal, Meta, Klarna, Intuit, Western Union 등 주요 금융·핀테크 기업 대부분이 이미 스테이블코인 인프라를 도입했거나 도입을 공식 발표한 상태다.
스테이블코인이 주류가 된다는 건, 달러가 인터넷처럼 흐르게 된다는 뜻이다. 은행 영업시간과 상관없이, 국경과 상관없이, 몇 센트의 수수료로. 그 변화가 이미 시작됐고, 조용히 속도를 내고 있다.
References
- Visa Launches Stablecoin Settlement in the United States (Visa, 2025.12)
- Stripe Stablecoin Financial Accounts (Stripe Sessions, 2025.05)
- Introducing Stablecoin Payments for Subscriptions (Stripe Blog, 2025.10)
- What Stripe's Acquisition of Bridge Means for Fintech and Stablecoins (a16z, 2025.04)
- Stablecoins: from DeFi primitive to global financial infrastructure (Bessemer Venture Partners, 2026.04)
- 2025 Crypto Adoption and Stablecoin Usage Report (TRM Labs)
- Visa Unveils New Global Stablecoins Advisory Practice (Visa, 2025.12)
- GENIUS Act — U.S. Federal Stablecoin Framework (2025)
다음 글 예고: AI 에이전트가 직접 결제하는 시대 — 스테이블코인이 없으면 불가능한 이유
본 글은 Joowon Kim의 개인 리서치 기록입니다. 특정 자산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